연락 -

회사사람 이외에는 아무와도 만나지 않고 지낸지 보름째다. 사회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몽땅 뺏겨서 여력이 없다. 딱히 스트레스 받는 일이 많지 않은데도 그렇다. 애초에 가진 에너지가 너무 적은 것 같다.

36번 -

요즘은 마음에 여유가 없어서 가까운 친구들과도 연락하지 않고 지낸다.
방치해뒀던 다른 블로그도 하고 인스타도 들락거리고 커뮤니티도 계속 새로고침했다.
너무 외롭다.

신여성도착하다 @MMCA덕수궁관 -



한 가지 불만은 이제 '여성'이 테마인 것에 분홍색이 들어간 디자인은 그만 봤으면 좋겠다. 탁한 녹색에 차가운 분홍색에 레트로한 글자가 올라갔고, 티피컬한 분홍색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쨌든 그냥 분홍색은 그만 봤으면 좋겠어. 어떻게 변형을 해봐도 재미가 없다.

전시는 2층부터 시작되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칸마다 년도가 붙어있었다. 2018년부터 시작해서 전시가 보여주는 연도까지 한 칸 한 칸 밟아올라가도록. 

조선에 신여성이 대두되던 때의 다큐멘터리 사진, 여성잡지, 당대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들 같은 것들이 전시되었고, 그 중에서도 자수 작품들이 볼만했다. 아무래도 그 당시 여성들이 가장 전문성을 가졌던 분야가 자수 공예이기 때문일지, 내가 그쪽에 더 낯설고 문외한이기 때문이지는 몰라도, 거친 결이 살아있는 소나무 위에 고운 비단털을 짜넣은 다람쥐 두 마리가 새겨져있던 커다란 자수 작품이 기억에 남았다. 

전시장에는 이중섭이 아내에게 쓴 편지도 한 점 있었는데, 나는 이중섭의 사랑 편지를 무척 좋아한다.

"끝없이 훌륭하고…….
끝없이 다정하고….
나만의 아름답고 상냥한 천사여…."
 
이런 구절이나,

"나의 천사 남덕 만세 만세 만세"

이런 구절.
하지만 이 편지는 전시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고 사실 전시가 전반적으로 별로였다. 이중섭 미술관을 가는 게 나았을것이다.
 
또 어떤 내가 잘 모르는 신여성X남성예술가 커플의 연서도 있었다...

"오! 갑봉 씨! 나는 몸부림 날 만큼 당신이 안타까워요."


모던걸을 그린 삽화를 모아놓은 책도 있었다.
사진이 왜 이따구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짜증나
다리에 "나는 신경질입니다. 이것을 리해해주어야 해요." "나는 처녀입니다. 돈만 만흐면 누구나 조하요" 등등의 글귀가 쓰여 있고 이 그림과 함께 쓰여진 글에는, 신여성의 시대가 도래하면 그 광고판은 아마 다리가 될 것 갓다~ 어쩌고저쩌고 쿰척쿰척 아주 귀엽게 써있다. 남자들은 현모양처 당당하게 원하고 기방에 호방하게 들락거리는 와중에 몰랐던 여자들의 욕망에 화들짝 놀란 듯.. 


부르르 떨면서 신여성을 욕하는 글이 대부분인데 그림은 귀엽다. 

또 돌아갔지만 이런 그림도 맘에 들었다.




전체적으로 전시는 볼 게 별로 없고 깊이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냥 쏘쏘..
의외로 자수 부분 작품이 좀 좋았고 미술 분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지워졌지만 어쨌든 여성들이 맨 처음부터 그 부분의 전문성을 획득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생리대 밑빠지는 통증 -

생리할 때 소위 말하는 '밑 빠지는' 통증은 백퍼센트 생리대 때문이다. 이게 생리통 증상이라는 건 말도 안 된다. 왜냐하면 좆같은 생리대를 안 하면 안 아프기 때문이다. 발암생리대로 유명한 화이트, 좋은느낌부터 유기농 생리대로 유명한 오드리번, 나트라케어까지 써봤는데 밑빠질 것 같은 화끈대고 고춧가루 같은 걸 처바르는 것 같은 통증은 같다. 심지어 그냥 휴지를 대놓는 게 훨씬 안 아프다. 이쯤되면 그 수상하게 새하얀 생리대가 굉장히 의심스러워진다. (물론 휴지도 하얗다만)

나는 주기가 불규칙하고 양이 적은 데다 생리를 잘 거르는 편이라 대안을 적극적으로 찾아보지 않았다. 그냥 밑빠지는 통증을 견디다가 집에 오면 생리대를 벗어던지고 더러워져도 되는 옷을 입고 침대에 가만히 누워있었다... 면생리대는 빨아 써야 한다는 게 생각만 해도 미치게 귀찮고(게다가 밖에서는 그걸 가방에 넣고다녀야 돼) 탐폰은 줄이 달랑거리는 게 싫고 그 수상한 새하얀 걸 안에 계속 넣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 찝찝하다. 생리컵에 대해서는 이것저것 조사만 많이 해보고 아직 써보지는 않고 있다. 잘못 넣었을 때 아프다는 생생하고 끔찍한 후기들을 너무 많이 읽었다. 그냥 선택지가 왜 이것밖에 없나 싶다.

어바웃 레이, 2015, 가비 데럴 영화


처음에 엘르 패닝인 줄 못 알아봤다.

게다가 마치 자비에돌란 영화에 나오는 중2즈음의 한껏 예민하고 성격 더러운 소년들처럼 엘르 패닝의 레이가 소리지르고 울어서 좀 놀랐다. 

여하간 레이는 그보단 볼만하고, 굉장히 순수하다. 바라는 바가 굉장히 뚜렷하고 명확하고, 이것저것 깊이 파고들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고, 기쁨과 분노 표현이 투명하다.

엄마가 할머니들로부터 독립해서 살아야한다고 말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레이가 대책 없이 환하게 웃고, 점점 신이 나서 뛰어오르고, 
곧바로 엄마의 얼굴에도 불가항력으로 따라서 웃음이 번지고, 레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던 장면.

네가 자랑스럽다는 말을 만능주문처럼 내뱉던 엄마. 너무 진심인 거 알겠는데 짜증나는 그게 진짜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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