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인 출판계 디자인에 대하여 -

일반적으로 시각디자인업은 개인스튜디오를 하든 프리랜서 외주를 하든 하는 업무가 굉장히 잡다하고 범위가 넓다. 로고, 브랜딩, 포스터, 책, 웹, 돈 되는 일은 다 한다. 2D냐 3D냐, 움직이냐 안 움직이냐(모션그래픽, 영상 등) 정도가 넘기 어려운 경계이다. 그것도 본인이 할 줄만 안다면 올라운더로 활동할 수 있다. 빡세겠지만 제약이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그런데 출판계에서 (인하우스)북디자인은 굉장히 좁고 보수적이다. 우선 북디자인이라는 분야 자체가 이미 디자인 안에서 무척 좁은 영역인데 거기에서 장르별로 또 나눈다. 경제/경영 북디자인을 하는 사람과 유아동 북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 뿐더러, 그래 유아동은 디자인이 확실히 다르긴 하다고 치자, 일반교양과 문학 사이 등등도 다 마찬가지다. 이 사이에서 장르를 넘나들어 이직하는 것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절대 쉽지 않다.

이제 한국에서 디자이너가 상향표준화 된지는 꽤 오래된 것 같다. 하지만 디렉션은 여전히 구리고 새롭고 좋은 디자인을 최종컨펌할 수 있는 곳인지 아닌 곳인지에 따라서 결과물이 갈리게 된다. 결국 자기네들 눈에만 좋으면 그만인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되는걸까? 

활자공간 정인자 자료



주간 문학동네에 본문으로 쓴 게 너무 예뻐서 눈여겨보고 있었는데
<작은 세계 미니어처>라는 책에 내지 본문 조판된 걸 발견했다.




영문 병기에 섞어 짠 폰트는 Tsukushi A Round Gothic 이다.
맥 기본 서체중에 있는데 동글동글 귀여운 고딕체 찾다가 쓴 적이 있다. 
본문에 쓸 생각은 못 해봤는데 조합도 너무 예쁘네... 

지난 사랑의 단상 -

솔직히 적자면 나는 아직도 x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y가 바로 그것처럼 나를 원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나는 y에게 그렇게 미스테리하고 닿을 수 없는 존재로 남고 싶지는 않은 것이다. 나는 그냥 닿을 수 있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그 애의 환상이 깨지든 말든은 내 알 바가 아니고 다만 미스테리하고 영영 놓쳐버린 사람으로 남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나에게 그런 사람이 있고 그게 너무 슬프기 때문이다. 또 그게 날 계속 의미 없이 후회하고 맴돌게 만든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다. 더는 만나고 싶지 않은 y에게 아직까지도 계속 시간을 내어주는 이유는 그것 뿐이다. 거짓말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서 나를 설명한다. 그래도 아마 y는 나를 이해 못할 것이다. 내가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정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자신감 -

자신감의 근거를 나이나 경력으로 찾으려 하고 있다. 피드백해주는 상대방이 몇 살인지, 몇 년차인지, 내 생각보다 낮으면 갑자기 자신감이 생긴다. 이럴 거면 처음부터 가졌어도 됐잖아. 이런 알량한 자신감이 우습다. 굳건한 자신감을 가지고싶다.

노래하는 여자, 노래하지 않는 여자 (L'Une Chante, L'Autre Pas, 1977), 아녜스 바르다 영화


    바로 어제,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났다.

    직설적이고 거칠고, 거리낌없이 쭉쭉 뻗어나가는 영화였다. 미치게 웃긴 장면도 많았는데 관객 반응도 좋아서 더 즐겁게 감상했다. 
    특히 어떤 말을 들어도 즉각적으로 받아치는 폴린의 비현실적이기까지 한 핑퐁이 압권이었다.

    (아빠한테 뺨 맞았을 때)
    - 더 때려. 그 알량한 권력으로 나를 때릴 수 있는 시기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지금 마음껏 때려.


    (아빠한테 거짓말하고 돈 받아서 친구 낙태비용 대준 거 들켰을 때)
    - 안 그래도 이제 참는 것 그만하려고 했어. 이제 그만할 때가 됐어. 이 집을 나갈거야.
    - 어디 가서 돈 한 푼 못 받고 쫓겨났다는 말은 하지 말아라. (돈 줌) 이 돈으로 반 친구들 모두 낙태나 하렴.
    - 비용이 얼만지도 모르면서. 어쨌든 돈은 고마워.


    (임신한 폴린이 신곡 부르다 관객한테 지적받았을 때)
    - 저는 제가 여성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을 음악으로 표현하죠... 아이를 무조건 낳아야 한다는 게 아니라 법이나 사회의 강요에 휘둘리지 말자는 거에요.


    그냥 생각나는대로 쓴 거라서 모두 부정확한 대사이다...
    나도 저렇게 말하면서 살 수 있다면 좀 더 살만할텐데 하고 생각했다. 





    뜬금없이 나레이션으로 주절주절 설명하고선 10년 후... 가 뜬다거나 툭툭 튀는 편집점 이런 것들까지 쿨하고 멋졌다. 폴린이 부르는 모든 노래들이 마음을 울렸다. 강을 건너면서 낙태하는 여자들의 노래를 부를 때에는 눈물이 났다.

    오프닝에 나오는 흑백 인물사진 시퀀스가 무척 강렬했고 영화 내내 그 사진들이 종종 생각났다. 그들과 성심성의껏 작별을 나누고 사진을 북북 찢던 남자를 생각하면서 웃었다.

    사람들이 좋아졌고 더 좋아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
    서울아트시네마 말고...
    여름에 또 다른 데에서 아녜스 바르다 상영한다고 한다.
    전주국제영화제에서는 아녜스가 말하는 바르다의 마지막 영화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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