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여성도착하다 @MMCA덕수궁관 -



한 가지 불만은 이제 '여성'이 테마인 것에 분홍색이 들어간 디자인은 그만 봤으면 좋겠다. 탁한 녹색에 차가운 분홍색에 레트로한 글자가 올라갔고, 티피컬한 분홍색은 아니지만, 그래도 어쨌든 그냥 분홍색은 그만 봤으면 좋겠어. 어떻게 변형을 해봐도 재미가 없다.

전시는 2층부터 시작되는데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칸마다 년도가 붙어있었다. 2018년부터 시작해서 전시가 보여주는 연도까지 한 칸 한 칸 밟아올라가도록. 

조선에 신여성이 대두되던 때의 다큐멘터리 사진, 여성잡지, 당대 여성 예술가들의 작품들 같은 것들이 전시되었고, 그 중에서도 자수 작품들이 볼만했다. 아무래도 그 당시 여성들이 가장 전문성을 가졌던 분야가 자수 공예이기 때문일지, 내가 그쪽에 더 낯설고 문외한이기 때문이지는 몰라도, 거친 결이 살아있는 소나무 위에 고운 비단털을 짜넣은 다람쥐 두 마리가 새겨져있던 커다란 자수 작품이 기억에 남았다. 

전시장에는 이중섭이 아내에게 쓴 편지도 한 점 있었는데, 나는 이중섭의 사랑 편지를 무척 좋아한다.

"끝없이 훌륭하고…….
끝없이 다정하고….
나만의 아름답고 상냥한 천사여…."
 
이런 구절이나,

"나의 천사 남덕 만세 만세 만세"

이런 구절.
하지만 이 편지는 전시와는 전혀 관계가 없었고 사실 전시가 전반적으로 별로였다. 이중섭 미술관을 가는 게 나았을것이다.
 
또 어떤 내가 잘 모르는 신여성X남성예술가 커플의 연서도 있었다...

"오! 갑봉 씨! 나는 몸부림 날 만큼 당신이 안타까워요."


모던걸을 그린 삽화를 모아놓은 책도 있었다.
사진이 왜 이따구로 돌아가는지 모르겠다 짜증나
다리에 "나는 신경질입니다. 이것을 리해해주어야 해요." "나는 처녀입니다. 돈만 만흐면 누구나 조하요" 등등의 글귀가 쓰여 있고 이 그림과 함께 쓰여진 글에는, 신여성의 시대가 도래하면 그 광고판은 아마 다리가 될 것 갓다~ 어쩌고저쩌고 쿰척쿰척 아주 귀엽게 써있다. 남자들은 현모양처 당당하게 원하고 기방에 호방하게 들락거리는 와중에 몰랐던 여자들의 욕망에 화들짝 놀란 듯.. 


부르르 떨면서 신여성을 욕하는 글이 대부분인데 그림은 귀엽다. 

또 돌아갔지만 이런 그림도 맘에 들었다.




전체적으로 전시는 볼 게 별로 없고 깊이가 없다고 느껴졌다.
그냥 쏘쏘..
의외로 자수 부분 작품이 좀 좋았고 미술 분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 지워졌지만 어쨌든 여성들이 맨 처음부터 그 부분의 전문성을 획득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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