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류 소비를 줄이려고 했지만 그런 마음을 먹는 것만으로는 실천하기가 어려웠다. 육식이 일상에 깊이 스며들어 있어서 사실상 아무것도 바뀌지가 않았다. 자책감에 젖은 채 고기를 씹는 이상한 날들이 계속되면서 아무래도 안 되겠다 싶었다.
페스코를 시작했다. 한 달 정도 지났고 아직 시행착오를 겪고 있다. 주변에도 반쯤은 알리고 반쯤은 숨겼다. 내 선에서 무리하게 하지도 엉망진창으로 하지도 않으려고 한다. 고기를 먹지 않지만 육수는 때에 따라 먹는다. 라떼를 끊었고 먹고 싶을 때는 두유를 찾아 먹는다. 해산물이나 다른 것들도 조금씩 줄이려고 한다. 실천은 부끄러운 정도이지만 그래도, 비건을 지향한다.
당장 지금 시작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부담 갖지 말고 해보기로 했다. 느슨함을 생각하니 어려웠던 변화가 쉽게 시작됐다. 고기를 먹을 때마다 기분이 안 좋았는데 고기를 안 먹으니까 한결 나아졌다. 너무 기쁘다. 나는 더 나아질 수 있다.
고기는 안 먹는데 해산물 먹는 건 되고, 계란과 우유도 되나? 그게 고기보다 낫다고 할 수 있나? 다 안 먹고 싶은데 내가 그렇게 살 수 있나? 그렇게 살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불편한 대화를 더 해야하지? 이런 생각만 하다가 긴 시간을 흘려보냈다. 시작하고나니까 내 식단에 고기가 사라지고, 해산물이나 유제품이 늘더라도, 채소의 비율이 높아진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플라스틱 빨대를 포기했을 때의 불편함의 크기에 비해 얻어지는 효과는 너무 미미하다는 글을 SNS에서 보았다. 무슨 말인지 너무 알겠고 내가 늘 하던 류의생각인데 이제는 그런 생각에 크게 관심두지 않는다. 내가 편리하게 망쳐버리고 있는 다른 모든 것들이 얼마나 많을지 무섭지만, 생각하다보면 존재 자체가 그렇게 되고말지만, 그렇기 때문에 불편함이 이젠 별로 너무하거나 무력하게만 느껴지지 않는다. 적어도 적어도 지속적으로 고개를 돌리지는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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